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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커미션, 그리고 NAR Settlement

By Junmo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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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 2024

NAR(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은 지난 2024년 3월 15일 금요일에 셀러의 커미션에 관해 제기된 소송에 대한 합의안에 동의했습니다. NAR은 이번 합의안에 동의함으로써 전미에서 활동하는 NAR에 소속된 에이전트들과 리얼터 협회, MLS 업체, 그리고 2022년동안 20억 달러 이하의 부동산을 거래한 브로커리지를 대상으로 하는 클레임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아직 법원에서 승인이 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안의 내용대로 승인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08페이지가 넘는 긴 합의안의 중요 합의점과 부동산 커미션 구조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커미션 구조

부동산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언제나 고객과의 협상에 따라 정해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켓에서 널리 사용되는 커미션 구조가 있습니다. 이는 셀러가 판매금의 3-6%정도를 셀러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커미션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지역은 셀러가 부동산 판매금의 4-5%정도를 셀러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나누어 지급합니다. 이런 커미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려면, 100년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910년대 초, 부동산 거래를 돕기 위해서는 라이센스도, 정착된 부동산 거래 커미션도 없었습니다. 거래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책정되었으며, 따라서 부동산 거래에 많은 혼란이 생겼습니다. 1913년, the National Association of Real Estate Exchange(현재의 NAR의 전신)은 고객이 집을 팔고 셀러 에이전트가 집값의 일정 퍼센트를 받아 바이어 에이전트와 나누는 커미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1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혼란은 계속 되었습니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를 지나며, 많은 지역이 개발되었고, 그로 인해 부동산거래 수요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거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커미션 또한 시장가가 생기며 안정 됩니다. 이때 2-3%가 기준이였던 커미션은 약 5%가 됩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를 거치며 6% 커미션이 전국적으로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커미션은 지역에 따라, 거래 규모에 따라 4-6% 사이를 유지하였으며, 이시기에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와 셀러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 스탠다드가 됩니다. 하지만 셀러가 반드시 모든 커미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상황에 따라 바이어가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직접 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집이 잘 안팔리는 경우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 뿐만 아니라 바이어의 클로징 코스트까지 내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910년부터 지금까지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크고 작게 변화해 왔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법적으로 정해진 커미션구조는 없었으며, 마켓 상황에 따라, 고객과의 협상에 따라 결정되어 왔습니다. 그럼 이제, 이번 소송과 합의안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소송과 합의안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의 중요한 주장은 NAR이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NAR은 이러한 원고측의 주장에 대해서 강하게 부정해습니다. 

NAR은 합의안을 통해 지금까지 해온 셀러와 바이어의 중계에 대해 잘못 해온 것이 없었다고 확실히 하였으며, 부동산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항상 에이전트와 고객과의 협상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고 했습니다. 즉, 그동안 마켓 스탠다드에 따라 4-5%의 커미션을 셀러가 냈지만, 그것은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이지 NAR의 강제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소송에 대해 NAR은 왜 더 싸우지 않고 합의 한 것일까요? 

합의의 이유

NAR이 직접 밝힌 합의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NAR을 포함 미국에 있는 거의 모든 브로커리지와 부동산 에이전트에 대한 현재 걸려있는 그리고 추가적인 법적 클레임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번 합의안이 승인되면 더 이상 이와 같은 커미션 문제로 소송을 걸 수 없습니다. 

둘째, 부동산 서비스와 커미션에 대해 고객이 선택 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NAR은 현재 NAR이 중계하고 있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변경사항 및 결과

그렇다면 이제 합의에 따른 변경사항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래의 변경사항은 2024년 7월 중순부터 적용 됩니다.

  • MLS에서 Compensation Offers 제거
    앞으로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넣는 오퍼가 MLS상에서 없어집니다. 현재 MLS에는 셀러가 리스팅을 올릴 때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적을 수 있는 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채워야 하는 칸은 아니지만, 칸이 있다는 것이 셀러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compensation offers가 MLS에서 완전히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셀러는 협상에 따라 원한다면 MLS 밖에서 바이어 에이전트의 커미션을 낼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바이어와 바이어 에이전트 사이의 서면계약
    지금까지 셀러는 항상 셀러 에이전트(listing broker)와 리스팅 계약(listing agreement)을 맺어왔습니다. 반대로 바이어는 집을 볼 때 관례적으로 바이어 에이전트와 별도의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집을 찾아 오퍼를 넣은 뒤 에스크로에 들어가면 그 때 자연스럽게 계약이 맺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이어 에이전트도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줄 때 계약(buyer representation agreement)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계약서에 바이어 에이전트가 받을 커미션에 대한 내용이 들어갑니다. 바이어 계약서는 이번에 새롭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마켓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았을 뿐 2008년이후로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던 계약입니다. 
  • 합의금 지급
    NAR은 약 $418M에 달하는 비용을 원고에게 4년에 걸쳐 지불하게 됩니다. NAR은 합의금 지급을 위해 가능한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커미션 구조의 변화

이번 합의안에 대한 NAR의 입장은 많은 미디어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NAR은 108페이지에 이르는 합의안을 통해 NAR이 부동산 중계에서 잘못해온 점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합니다.  미디어에서는 마치 ‘6%이던 커미션(저는 5% 보다 높은 경우는 본적 없지만)이 이제 3%가 되었다’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합의안이 적용되는 7월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플랫비용을 차지하는 바이어 에이전트들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바이어들이 리스팅 에이전트들에게 몰려 바이어 에이전트가 없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누군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부동산 커미션 구조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예측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의견과 마무리

보통 나집사 글에는 제 개인의 의견을 더하지 않지만,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더하지 않을 수가 없어 조금 덧붙여 마무리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결국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의 결과라고 생각 됩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낮은 이자와 몰리는 투자 심리로 인해 모든 집이 매물을 시장에 올리기 무섭게 팔려나갔습니다. 높은 수요로 집값은 빠르게 올라갔고, 셀러에게 많은 힘이 몰리는 강력한 셀러마켓이 형성 되었습니다. 바이어 에이전트가 바이어를 유치해오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바이어가 찾아오므로 셀러들은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커미션을 내는 것이 더욱 아까워졌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기술의 발전으로 부동산 에이전트 없이도 바이어들은 마켓에 나온 거의 모든 매물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이상 에이전트에게 따로 묻지 않아도 집을 판매하거나 사면서 궁금한 거의 모든 사항은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NAR을 현재의 합의안에 이르게 만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부동산 중계업자들이 설자리를 잃어 간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업계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한국의 여러 공인중계사들이 정직함 없이 건설 혹은 개발 업자들과 손을 잡고 부동산 가격을 고의로 조정했습니다. 어떤 부동산들은 허위 매물을 플랫폼에 올리고 사람들을 속여 이득을 취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들은 전세사기 등으로 소비자가 인생이 무너질 만큼의 피해를 입는 동안 전세사기인 부동산을 중계했지만(알았든 몰랐든) 본인은 책임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업계 전체가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으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부동산을 끼지 않고 당근마켓에서 본인의 집을 거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모든 업계처럼 기술의 발전과 마켓의 변화로 부동산 업계 또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으며, 결국은 변화에 발 맞춰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NAR의 이번 합의안은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합의안으로 생기는 변화가 어떻게 시장에 안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고 공정한 중계를 이어 간다면, 결국 부동산 에이전트 개인도, 부동산 업계도, NAR도 함께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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